집단상담은 상담자와 집단원들이 함께 모여 일정한 목표를 공유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을 경험하는 독특한 과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집단상담은 초기 단계(형성), 중기 단계(작업),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종결로 구분됩니다. 그중 종결 단계는 단순히 상담을 끝내는 시점이 아니라, 집단원들이 지금까지 경험한 변화를 확인하고 이를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집단상담 종결 단계의 이론적 배경과 실제 현장에서의 운영 방법, 그리고 상담자가 활용할 수 있는 핵심 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종결 단계의 이론적 배경
집단상담의 종결 단계는 심리학적 이론과 집단역동학 이론에 근거하여 발전해왔습니다. 상담학자 제럴드 코리(Corey)는 집단상담을 단계적으로 설명하면서, 마지막 단계인 종결을 집단원들이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으로 정의했습니다. 또한 집단정신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얄롬(Yalom)은 종결을 통해 상담 참여자가 경험한 의미 있는 통찰을 강화하고, 집단원 간에 미해결 과제를 정리하며, 관계 속에서의 작별을 건강하게 다루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종결 단계의 핵심 과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집단원 각자가 집단 활동을 통해 얻은 교훈을 확인하고 언어화하는 것. 둘째, 상담자와 집단원, 집단원 상호 간 관계를 정리하고 이별 과정을 경험하는 것. 셋째, 앞으로의 생활 속에서 배운 것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 넷째, 종결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아쉬움이나 불안, 기쁨, 성취감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다루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볼 때, 종결 단계는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변화의 정착 단계’이며, 개인이 상담에서 얻은 경험을 자기 삶의 일부로 내재화하는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종결을 소홀히 다룬다면 집단상담의 효과가 일시적인 경험에 머물 수 있고, 반대로 잘 다루어진 종결은 집단원의 삶에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2. 실제 현장에서의 종결 단계 운영
실제 상담 현장에서 종결 단계는 상담자의 세심한 준비와 유연한 운영이 필요합니다. 먼저 상담자는 종결 시점을 최소 2~3회기 전에 예고하여 집단원들이 심리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집단원들은 “곧 이 집단이 끝난다”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남은 시간 동안 더 깊이 성찰하거나 미처 다루지 못한 주제를 꺼낼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종결 단계에서 상담자가 자주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경험 나누기입니다. 상담자는 집단원들에게 “이 집단을 통해 배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당신이 앞으로 실천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던져, 각자가 얻은 통찰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합니다. 또 다른 중요한 활동은 집단원 간 피드백 나누기입니다. 서로가 느낀 긍정적인 점, 도움받은 경험, 앞으로 격려하고 싶은 부분 등을 나눔으로써 집단의 유대감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마지막 인사’와 같은 의례적 활동은 이별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도우며, 이 과정에서 눈물이 나오거나 웃음이 터지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상담자는 이를 억제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집단원들이 감정을 건강하게 다룰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실천 계획 세우기는 종결 단계의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의사소통 향상을 목표로 한 집단이었다면, 집단원들에게 앞으로 2주 동안 특정 대화기술을 적용하고 경험을 기록하도록 과제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제는 집단에서 배운 것을 생활에 연결시켜 지속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장치가 됩니다. 종결이 단순한 종료가 아니라 생활로의 확장이라는 사실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3. 종결 단계에서 상담자의 역할과 핵심 팁
집단상담 종결 단계에서 상담자의 역할은 무엇보다 집단원들의 감정과 경험을 존중하고, 이를 미래로 확장시키는 데 있습니다. 상담자가 유념해야 할 핵심 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종결 준비 알리기. 집단원들이 갑작스러운 이별에 당황하지 않도록, 상담자는 최소 몇 회기 전부터 종결을 예고해야 합니다.
둘째, 경험의 통합 촉진. 집단원들이 자신이 배운 점을 언어화하고 구체적으로 정리하도록 돕는 것은 배움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셋째, 이별 감정 다루기. 집단원들은 종결 과정에서 아쉬움, 불안, 성취감, 심지어 분노까지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담자는 이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넷째, 미래 지향적 계획 수립. 종결 단계는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임을 강조해야 합니다. 따라서 집단원들이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실천 계획을 세우고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섯째, 후속 지원 안내. 필요에 따라 상담자는 개인상담, 후속 모임, 또는 자조 집단 등 추가적인 자원을 안내하여 집단원들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상담자는 집단의 성취를 축하하는 시간을 마련함으로써 긍정적인 마무리를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이는 집단원들에게 집단 상담이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자신에게 의미 있는 성장 여정이었다는 인식을 강화시켜 줍니다. 결국 종결은 ‘끝남’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강조하는 것이 상담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집단상담 종결 단계는 단순히 상담을 마치는 절차적 과정이 아니라, 집단원들이 자신의 성장을 확인하고 이를 현실 속에서 실천하도록 이끄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이론적 배경을 이해하고 실제 운영 전략을 적절히 적용한다면, 종결은 집단원들에게 긍정적인 자기 인식을 심어주고, 앞으로의 삶을 더욱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따라서 상담자와 집단원 모두에게 종결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출발선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