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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독 그리고 회복(6부 : 수치심을 버리라 )

by soon2025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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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은혜가 먼저입니다.

수치심’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깊은 곳에서 뿌리내린 내면적 고통입니다. 중독 문제에 있어 수치심은 종종 촉발 요인으로 작용하며, 그 자체가 반복적인 중독 행동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교회 문화나 전통적 기독교 관점에서는 수치심을 단순히 ‘죄책감’으로 치환하고, ‘더 열심히 회개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을 해왔습니다. 이 같은 접근은 오히려 개인의 내면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진정한 회복의 길에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데일 라이언(Dale Ryan)이 제시한 ‘자기반대신학(Self-Contradiction Theology)’은 이러한 문제를 정확히 짚고, 회복을 위한 신학적 대안을 제시합니다. 이 글에서는 자기반대신학이 수치심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소하는지를 깊이 있게 탐색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회복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봅니다.

1. 자기반대신학이란 무엇인가?

자기반대신학은 단어 그대로, ‘자기 자신을 반대하고 거부하는 내적 태도’를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관점입니다. 중독을 비롯한 인간의 반복적인 자기파괴적 행동은 단순히 의지력이 부족하거나 도덕적으로 실패한 결과가 아닙니다. 그것은 종종 어릴 적부터 형성된 자기 인식, 타인의 기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하나님과의 왜곡된 관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데일 라이언은 이러한 자기반대를 기독교 신학의 중심에서 재조명하며, 특히 ‘죄의식’과 ‘수치심’을 구분하여 다룹니다. 죄의식은 내가 한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이지만, 수치심은 나라는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정체성의 왜곡입니다. 자기반대신학은 이 왜곡된 자기 인식의 뿌리를 ‘율법적 신앙’, ‘공포에 기반한 구원론’, ‘비인격적인 하나님 이미지’에서 찾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조건 없는 은혜’의 회복을 강조합니다.

이 신학은 단순히 "하나님은 너를 사랑하신다"는 선언을 넘어서, "네가 너 자신을 미워할 때조차 하나님은 너를 기쁘게 여기신다"는 깊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는 단순한 위로나 종교적 긍정이 아니라, 고통과 실패, 중독의 한가운데서 진짜로 붙잡을 수 있는 복음의 본질입니다. 자기반대신학은 그래서 무력함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 무력함을 하나님 앞에 드러내는 것이 신앙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2. 수치심의 본질과 그 위험성

수치심은 인간의 정체성을 왜곡시키는 힘입니다. "나는 문제가 있다"가 아니라, "내가 문제 그 자체다"라는 감정은 자존감의 파괴로 이어지고, 이는 고립, 자기혐오, 중독 행동으로 연결됩니다. 기독교 신앙 내에서 수치심은 흔히 ‘죄책감’과 동일시되지만, 사실 이 두 감정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죄책감은 건강한 회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수치심은 사람을 숨게 만듭니다. 즉, 회개가 아닌 회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교회 공동체는 '거룩함'과 '순결함'을 강조하면서, 실수하거나 중독에 빠진 사람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넌 이 공동체에 어울리지 않아.” “회개하지 않으면 하나님도 너를 외면할 거야.” 이런 메시지는 수치심을 더욱 심화시키고, 그 사람이 다시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를 주저하게 만듭니다.

자기반대신학은 이와 정반대의 접근을 택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숨기지 않기를 원하시며, 오히려 그것을 드러낼 때 진정한 관계가 회복된다고 말합니다.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는 죄를 짓고 수치심으로 인해 하나님을 피해 숨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을 찾아오시며 “네가 어디 있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이것이 은혜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찾아오시며, 우리가 스스로를 수치심에 가두지 않기를 원하십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기반대신학은 수치심을 단순히 제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영적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부끄러운 존재인데도,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사랑하신다"는 경험은 복음의 본질을 삶으로 체득하는 순간입니다. 이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을 수용하게 되며, 그 수용 안에서 자발적 변화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강요된 회개가 아닌, 사랑에 반응하는 회개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3. 회개보다 먼저 은혜를 경험하라

기존의 복음주의 신앙에서는 '회개가 먼저'라는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그러나 데일 라이언과 자기반대신학은 이 순서를 뒤집습니다. 회개는 은혜의 결과이지, 은혜를 받기 위한 조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중독 문제뿐 아니라 신앙의 전반적인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전환입니다.

예수님은 죄인들과 함께 식사하시고, 그들을 먼저 수용하셨습니다. 회개하라는 명령 이전에,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셨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수치심에 갇혀 “나는 교회에 갈 자격이 없어”, “하나님은 날 용서하지 않으실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들에게 ‘회개하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병든 사람에게 스스로 건강해지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반대신학은 말합니다.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나님은 이미 너를 받아들이셨다.이 은혜의 경험이 있을 때, 우리는 변화할 힘을 얻게 됩니다. 그제서야 회개는 억지나 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자발적 반응이 됩니다. 중독자들이 자신을 고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이 나를 이렇게까지 사랑하시는구나’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신학의 실천적 사명입니다.

데일 라이언은 실제로 수많은 회복 공동체에서 이 신학을 기반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은혜를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비로소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나누고, 자기를 정죄하지 않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하나님께 마음을 열었다고 기록합니다. 이처럼 은혜는 회복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은혜는 내가 준비되었을 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망가져 있을 때 먼저 다가오는 하나님의 방식입니다.

결국 자기반대신학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은 네가 너 자신을 가장 싫어하는 그 순간에도, 너를 가장 깊이 사랑하신다.” 이것이 바로 수치심을 이기는 길이며, 중독에서 회복되는 출발점입니다.

자기반대신학은 수치심을 더 이상 숨기거나 억누를 감정이 아니라, 회복의 출발점으로 봅니다. 이 신학은 인간의 연약함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합니다. 수치심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 감정을 품고 나아가는 용기를 가지세요. 회개보다 먼저 은혜를 받아들이는 그 자리에서 진정한 회복이 시작됩니다. 지금, 자신을 비난하기보다 은혜 안에서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여정을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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