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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그리고 회복(6부 수치심을 버리라 - 자기 조절 신학)

by soon2025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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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단순한 습관이나 의지력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심리적, 신체적, 영적 층위가 무너진 상태이며, 삶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붕괴된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중독은 알코올, 니코틴, 마약뿐 아니라 스마트폰, 포르노, 도박, SNS, 쇼핑 등 점점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더 이상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중독을 단지 '금지된 행동의 반복'으로 정의하는 방식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신학적 접근이 바로 ‘자기조절신학(Self-Regulation Theology)’입니다.

자기조절신학은 인간이 본래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창조되었고, 그 형상 속에는 자기 자신을 건강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 즉 감정, 욕구, 행동을 통합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타락 이후 이 조절 능력이 손상되었고, 인간은 내면의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 외부 자극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조절신학은 중독을 ‘상처받은 자기(Self)가 건강한 자기조절을 상실하고, 왜곡된 방식으로 생존하려는 시도’로 정의합니다. 이 신학은 중독 회복을 도덕적 결단이나 종교적 열심이 아닌,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과 자기이해를 통한 영적 성장의 여정으로 봅니다.

1. 자기조절신학이란 무엇인가?

‘자기조절’은 본래 심리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념으로, 인간이 자신의 감정, 사고, 충동, 행동을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자기조절신학은 이 개념에 신학적 토대를 더합니다.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감정과 욕구를 건강하게 다룰 수 있는 존재로 창조되었으며, 이러한 조절 능력은 단순한 심리적 훈련이 아니라 영적인 은혜 안에서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데일 라이언은 자기조절의 붕괴를 중독의 근본 원인으로 봅니다. 중독은 자기조절 기능이 파괴되어, 외부의 자극에 끊임없이 의존하고, 내면의 공허를 잠재우기 위해 반복적인 행동을 취하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고, 삶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느꼈을 때 어떤 이는 기도하거나 걷기 같은 건강한 방법으로 감정을 해소하지만, 또 다른 이는 알코올이나 폭식에 의존합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니라, 영적 중심의 건강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기조절신학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자기조절의 본을 중심으로, 신앙적 성숙과 조절 능력의 회복이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유혹받으셨으나 죄에 빠지지 않으셨고, 분노하셨지만 파괴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감정을 부인하거나 억제하지 않고, 건강하게 표현하셨으며, 기도와 침묵, 공동체의 교제를 통해 자신의 삶을 질서 있게 유지하셨습니다. 이러한 삶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자기조절이 단지 ‘참는 것’이 아니라 ‘영적 질서 안에서 사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2. 중독과 자기조절 상실의 신학적 해석

중독은 하나님 없이 자기 삶을 조절하려는 시도가 반복적으로 실패한 결과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고통을 피하고 안정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죄로 인해 왜곡된 욕구는 자기파괴적 형태로 발현되며, 이는 중독으로 이어집니다. 자기조절신학은 중독을 단순한 죄의 문제가 아닌, ‘은혜 없이 살아가려는 자기의 고집’으로 봅니다. 따라서 회복은 단순한 행동 수정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와 임재 속으로 자신을 다시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5장 22~23절에서 사도 바울은 성령의 열매를 언급하며, 마지막 항목으로 ‘절제(Self-control)’를 소개합니다. 이는 자기조절이 단순한 자제력이 아닌, 성령께서 주시는 은혜의 열매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우리는 자기조절을 스스로 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회복되어가는 것입니다.

중독자는 자신의 반복적인 실패로 인해 깊은 자기혐오에 빠지기 쉽습니다. “나는 왜 이것 하나 못 끊을까”, “나는 끝났어”라는 자기파괴적 언어는 오히려 중독을 강화합니다. 자기조절신학은 이러한 부정적 사고를 정죄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시작을 제안합니다. 중독은 한 사람의 전부가 아니며, 하나님께서는 실패 속에서도 일하시는 분입니다. 이 신학은 죄책감이나 수치심이 아닌,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통해 회복의 길로 나아가게 합니다.

또한 자기조절신학은 중독을 영적 전쟁의 일환으로 봅니다. 중독은 단순히 나쁜 습관이 아닌, 하나님 없이 살아가려는 사탄의 전략입니다. 우리는 이 싸움에서 혼자일 수 없으며, 공동체와 성령의 도우심 없이는 이길 수 없습니다. 회복은 독립이 아니라, 하나님께 의존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입니다.

3. 자기조절 회복을 위한 실천적 접근

신학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단지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회복의 단계마다 적용 가능한 실천 방안을 제시합니다. 첫째는 ‘자기 인식의 확장’입니다. 회복의 출발점은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중독 충동을 느끼는지, 어떤 감정이 중독 행동을 유발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감정 일지, 기도 노트, 묵상 기록 등이 도움이 됩니다.

둘째는 ‘루틴 회복’입니다. 자기조절은 일상에서의 질서를 통해 훈련됩니다. 일정한 수면, 식사, 운동, 예배, 묵상 등은 우리 뇌와 감정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력을 향상시킵니다. 이는 단지 습관이 아니라, 신앙적 훈련입니다. 규칙적인 일상은 하나님께서 주신 시간 질서 안에 순응하는 삶입니다.

셋째는 ‘공동체의 힘’입니다. 혼자서는 회복할 수 없습니다. 자기조절신학은 공동체가 회복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공동체는 정죄가 아닌 수용과 지지가 중심이어야 하며, 실패했을 때 다시 품어주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익명성과 안전성이 보장되는 회복 모임, 중보 기도 팀, 소그룹 등이 구체적인 적용 사례입니다.

마지막으로 ‘성령과의 동행’을 강조합니다. 자기조절은 성령의 열매입니다. 하나님과 친밀하게 동행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자기조절의 능력을 얻게 됩니다. 매일의 기도, 말씀, 침묵의 시간, 회개와 찬양의 삶은 우리 안에 임재하시는 성령께서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일하시도록 길을 여는 영적 루틴입니다.

모든 실천은 '하루하루'의 반복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자기조절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넘어짐 속에서도 다시 시작하는 은혜의 반복입니다. 자기조절신학은 완벽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도록 부르시는 하나님의 손을 붙들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회복의 여정을,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자기조절신학은 우리 삶의 질서를 무너뜨린 중독과 싸우는 가장 실제적이고 영적인 도구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나 자신을 다시 세우고, 감정을 정직하게 다루며, 삶의 질서를 회복해가는 모든 과정은 단지 회복이 아니라 '거룩의 여정'입니다. 이 신학이 말하는 회복은 단지 중독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자유입니다. 오늘도 실패하셨나요? 괜찮습니다. 내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기조절은 은혜로 자라고, 성령 안에서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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