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진실을 외면하거나 은폐하는 다양한 심리적 방식을 일상에서 사용합니다. 이는 고통을 피하려는 본능이기도 하며, 동시에 내면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진실을 직면한다는 것은 때로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과 상처를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모른 척’하거나 ‘덮어두는 것’으로 대응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진실 은폐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각각의 심리서가 이를 어떤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지를 비교 분석합니다. 비교 대상은 M.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 베셀 반 데어 콜크의 『몸은 기억한다(트라우마)』,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입니다. 각 책은 진실 회피의 본질, 결과, 그리고 회복의 과정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탐구하며 독자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2. 은폐된 악과 자기 인식
M.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진실 은폐를 인간 내면의 악으로 규정하며,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을 통해 인간의 성장 여정을 탐구합니다. 펙은 인간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방식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는 진실 은폐가 단순한 방어기제를 넘어서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부모가 자녀를 통제하거나 억압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모습은, 진실을 회피함으로써 발생하는 가장 위험한 형태의 ‘악’으로 묘사됩니다.
이 책은 진실을 회피하는 심리적 기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기 인식’을 제시합니다. 펙은 진실을 직면하는 것이 고통스럽더라도,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문제는 회피할수록 더 커진다”고 말하며, 진실을 마주할 때 비로소 문제가 작아지고 해결될 가능성이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자기 인식은 곧 정직함과 책임의식이며, 이를 통해 인간은 내면의 갈등을 극복하고 삶의 방향성을 재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상담 사례와 개인적인 고백을 통해 독자에게 ‘정직하게 사는 것’의 가치와 의미를 끊임없이 환기시킵니다.
2. 몸은 기억한다(트라우마)를 기억 속에 숨어 있는 진실
베셀 반 데어 콜크의 『몸은 기억한다』는 트라우마 심리학의 관점에서 진실 은폐를 설명합니다. 이 책은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아동기 학대의 경험처럼, 고통이 너무 커서 기억조차 억압해버리는 현상을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반 데어 콜크는 이러한 진실 은폐가 단순히 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뇌와 신경계, 몸의 반응까지 포함하는 생물학적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고통스러운 기억은 때로 단절된 기억조각으로 남아 몸 안에서 끊임없이 재현되며, 플래시백이나 악몽, 신체 증상 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러한 은폐된 기억들이 몸의 언어로 계속해서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말로 진실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신체 기반의 치료—예를 들어 요가, 감각 통합 치료, EMDR, 트라우마 세라피 등—를 병행해야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강조합니다. 반 데어 콜크는 피해자들이 진실을 회피하는 이유를 비난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의 생존 본능을 존중합니다. 진실 은폐는 회피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는 관점은 독자에게 깊은 위로를 줍니다. 이 책은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강요하지 않으며, 그 과정이 개인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도 진실을 회피한 채로는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분명히 밝히며, 정직한 몸의 언어를 통해 진실과 다시 연결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3.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일상 속 회피와 자기 위로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보다 대중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 진실 회피와 자기 위로의 문제를 풀어갑니다. 이 책은 에세이 형식으로 쓰였으며, 깊은 이론적 설명보다는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문장으로 일상의 회피 메커니즘을 짚어냅니다. 작가는 사람들이 “괜찮은 척”, “잘 지내는 척” 하면서 진실한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모습을 조명합니다. 그는 우리가 자주 ‘행복한 척’, ‘문제 없는 척’ 하는 이유가 사실은 자신이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삶의 기대치를 낮추라는 의미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질 용기를 제안하며, “나는 지금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합니다. 감정 회피는 일상의 스트레스와 무기력으로 이어지며, 자기 존중감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하지만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완벽해야 할 필요’에서 벗어나게 되고, 진정한 자기로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김수현의 문체는 단순하고 따뜻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깊고 묵직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내 감정을 덮어두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일상 속 회피를 극복하기 위한 작지만 중요한 연습을 제안합니다.
세 권의 책은 진실을 외면하거나 숨기려는 인간의 심리를 다양한 시각에서 탐색합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성찰을, 『몸은 기억한다』는 과학적이고 신체 기반의 접근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감성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은 진실을 회피하는 자신의 습관을 성찰하고,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그 진실과 다시 연결될 방법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외면하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요? 그 진실과 마주할 용기를 내는 순간, 당신의 심리적 여정은 더욱 깊고 단단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