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며, 감정 표현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수없이 소비되고, 수많은 미디어가 이를 다양한 형태로 풀어냅니다. 그러나 사랑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을지라도, 진정으로 ‘이해’하고 ‘지속’시키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특히 2024년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의 피로감을 호소하며,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M.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랑을 감정이 아닌 의지의 행위로 정의하며, 복잡한 시대에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합니다. 본문에서는 이 사랑의 신비가 왜 지금 시대에 더욱 주목받는지, 그 철학적 의미와 실천 가능성, 그리고 종교·심리학적 관점까지 통합해 심층적으로 탐구합니다.
1. ‘사랑’이라는 단어, 왜 이렇게 복잡해졌을까?
사랑은 언어로 쉽게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합적입니다. 현대인에게 사랑은 단순히 연애 감정이 아닙니다. 가족, 친구, 연인, 심지어는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사랑의 성질은 나타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지속할 수 있는지를 종종 놓칩니다. SNS와 미디어는 감정을 즉각적으로 소비하게 만들고, 깊이 있는 관계보다는 순간적인 설렘을 강조합니다. 이로 인해 진정한 사랑은 점점 희귀한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M. 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사랑을 "자신의 의지를 타인의 성장을 위해 확장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즉,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라는 뜻입니다. 이 정의는 특히 감정 소모가 빠른 시대에서 다시금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사랑을 감정으로만 본다면, 관계는 위기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의지로 접근할 때, 우리는 타인에게 헌신하고, 갈등을 극복하며,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MZ세대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자기 성찰과 자기 이해에 관심이 많고, 연애 또한 자아실현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아직도 가야할 길』은 감정적 혼란을 넘어 성숙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지침서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2. M. 스캇 펙의 사랑 정의, 왜 현대에 맞는가?
M. 스캇 펙이 『아직도 가야할 길』을 출간한 것은 1978년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통찰은 2025년 현재에도 전혀 낡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책은 사랑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특히 사랑에 대한 부분은, 감정 중심의 연애와 관계가 주를 이루는 현대사회에서 매우 실질적인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사랑을 ‘성장을 위한 의지적 선택’으로 보며, 이 선택은 고통, 갈등, 인내, 헌신을 포함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사랑이 행복하고 달콤한 감정이라는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실제 관계에서 겪는 현실에 더 부합하는 정의입니다. 그는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성장을 돕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는 부모 자식 간, 부부 간, 친구 간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더 나아가 그는 사랑이 단순히 감정적 친밀함이 아니라, 자아의 확장이라고 봅니다. 자기중심적인 사랑이 아닌, 상대방의 필요와 성장을 인식하고 거기에 자신을 투여하는 과정이 진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이 관점은 심리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자기애(Narcissism)와 진짜 사랑의 차이, 감정 의존과 독립성의 균형, 회피형/불안형 애착 등 다양한 심리 이론들이 『아직도 가야할 길』의 논점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연애의 가장 큰 문제는 감정의 일시성과 소통 부족입니다. 많은 커플이 이해보다 반응에 집중하며, 서로를 바꾸려 들거나 피로감에 관계를 포기합니다. 펙의 철학은 이러한 단절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감정에 끌리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감정이 사라졌을 때에도 남아 있는 선택과 헌신이 진짜 사랑이라는 메시지는 오늘날 더욱 필요한 통찰입니다.
3. 사랑의 신비, 종교적·철학적 해석은?
사랑은 종교, 철학, 문학 등 인간 정신세계 전반에서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기독교의 ‘아가페’, 불교의 ‘자비’, 힌두교의 ‘카르마 요가’ 등 종교는 모두 사랑을 인간 존재의 핵심으로 다룹니다. 플라톤은 사랑을 인간이 신에 가까워지기 위한 영혼의 욕구라고 보았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과 덕을 통한 사랑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인간의 본질을 해석하는 열쇠로 여겨졌습니다. M. 스캇 펙은 이런 종교·철학적 전통을 심리학과 접목시키며 현대적인 언어로 사랑을 재정의합니다. 그는 사랑을 "영적 진보를 위한 핵심 도구"로 간주하며, 이를 통해 인간은 더 깊은 자기 성찰과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관점은 오늘날 명상, 마음챙김, 심리치료,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확장되어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랑은 단지 타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합니다. 자기 이해와 수용 없이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진정한 사랑은 자기 파괴가 아니라 자기를 포함한 성장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는 ‘자기애와 이기주의는 다르다’는 심리학의 핵심 원리와도 일치합니다. 사랑의 신비는 결국, 우리가 얼마나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느냐는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단순히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장에 헌신하고, 동시에 나 또한 함께 성숙해지는 과정이 바로 사랑입니다. 이처럼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철학이며, 실천이며, 영적 여정입니다.
결론적으로, 『아직도 가야할 길』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사랑을 인간 삶의 중심에 두되, 이상적인 환상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의 영역으로 끌어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사랑을 오해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동시에 사랑이야말로 여전히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을 일깨워줍니다. 감정에만 머무는 사랑이 아니라, 책임과 헌신을 수반한 성숙한 사랑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진심 어린 길잡이가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