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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야 할 길(과학자 지망생이 알아야 할 인식의 함정 )

by soon2025 2025.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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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객관성과 논리를 중시하는 학문이지만, 인간이 수행하는 활동인 이상 완벽하게 중립적일 수는 없습니다. 특히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이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할 것이 바로 ‘인식의 함정’입니다. 이 개념은 단순히 과학적 사고의 실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도구 자체가 인간의 인식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계를 뜻합니다. 이 글에서는 과학의 기본 과정인 ‘가설 설정’, ‘인지 편향’, ‘실험 설계’에서 누구나 빠질 수 있는 오류를 짚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사고법과 태도를 깊이 있게 설명합니다. 특히 과학자 지망생들에게 필수적인 사고방식인 '자기 의심', '객관적 사고', '논리적 설계'에 대한 실천법을 함께 소개합니다.

1. 가설이란  "모든 과학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과학의 시작은 언제나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체계화한 것이 바로 ‘가설(hypothesis)’입니다. 가설은 단순한 직관적 추측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 관찰된 현상, 논리적 추론을 종합한 예측입니다. 예를 들어 “빛은 파동일 것이다”라는 가설은 뉴턴 이후로 수많은 관찰과 수학적 모델 위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자 지망생들은 이 ‘가설 설정’ 과정에서 자주 빠지는 오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확증 중심적 접근’입니다. 많은 초보 연구자들은 자신이 세운 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유리한 실험 조건을 설정하거나, 불리한 데이터를 배제하려는 경향이 생깁니다. 하지만 과학은 가설을 입증하기보다 반증하려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칼 포퍼(Karl Popper)의 ‘반증주의’ 이론에 따르면, 참된 과학은 반증 가능성이 존재해야 합니다. 가설이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반증될 수 없다면 그것은 과학적 명제가 아닙니다. 둘째는 ‘모호한 가설’입니다. 가설은 명확해야 합니다. “A 물질은 B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은 너무 애매하여 과학적 실험 설계를 어렵게 만듭니다. 좋은 가설은 독립변수, 종속변수, 통제변수가 분명하며, 실험을 통해 검증이 가능합니다. 셋째는 ‘선입견 기반의 가설’입니다. 사회적 통념이나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한 가설이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 검토 없이 이를 과학의 틀로 끌어오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컨대 “자연적인 것은 인공적인 것보다 항상 안전하다”는 가정은 식품과 의약품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오류를 유발합니다. 과학자 지망생은 반드시 질문의 방향과 그에 따른 가설이 얼마나 논리적이며 검증 가능한지를 검토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가설을 '비판 가능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배워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과학적 태도의 첫 걸음입니다.

2. 편향이란 당신의 뇌는 중립적이지 않다

과학이 객관적이기를 바란다고 해서, 과학자가 자동으로 객관적인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두뇌는 원래부터 여러 종류의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과학적 탐구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개입되어 오류를 유발합니다. 이러한 편향은 연구의 설계, 관찰, 해석, 결론 모든 단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인지 편향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입니다. 이는 자신이 세운 가설이나 이론을 지지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 경향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실험에서 A 약물을 투여한 그룹의 평균값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더라도, 일부 참가자에게서 효과가 보였다는 이유로 ‘긍정적 경향’을 강조한다면 이는 확증편향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또 다른 편향은 ‘후광효과(halo effect)’입니다. 특정 분야의 권위자가 발표한 연구 결과는, 내용의 정확성 여부와 무관하게 신뢰도가 높게 평가되는 경향입니다. 이는 과학적 검토보다 사회적 지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오류입니다.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도 흔히 발생합니다. 몇 가지 사례만으로 전체를 일반화하는 것으로, 특히 통계적 직관이 약한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3건의 실험에서 모두 같은 결과가 나왔으니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식의 판단은 과학적 신뢰도와는 무관한 오류입니다. ‘관찰자 편향(observer-expectancy bias)’ 역시 과학자 지망생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입니다. 이는 실험자의 기대가 실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입니다. 피험자가 실험자의 반응을 무의식적으로 해석하거나, 실험자가 관찰 결과를 기대에 맞게 해석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이중맹검(double-blind) 설계가 널리 사용됩니다. 과학자 지망생은 무엇보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기 의심(self-skepticism)은 과학적 성장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객관성은 외부 세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비객관적 존재’임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3. 실험은 사실을 재현하는 기술이다

과학에서 실험은 이론을 현실로 끌어오는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실험은 단순히 반복적인 조작을 수행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연을 관찰하기 위한 정교한 설계이자, 변수 간 인과관계를 판별하기 위한 논리적 장치입니다. 실험은 그 자체로 철학이며, 관찰의 기술이며, 검증의 예술입니다. 첫째, 실험 설계의 핵심은 **변수 통제(control of variables)**입니다.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외의 변수들은 최대한 동일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식물의 성장 실험에서 '햇빛'을 독립변수로 설정했다면, 흙, 물, 온도, 종자 종류 등은 모두 동일해야 결과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 기본 원칙이 무너지면 실험의 과학성은 사라집니다. 둘째, **재현 가능성(reproducibility)**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합니다. 한 번의 실험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연구자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반복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만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로 인정받습니다. 심리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재현성 위기(reproducibility crisis)’가 대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실험군과 대조군의 엄격한 설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실험의 객관성을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로, 특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인체 실험이나 심리 실험에서 중요합니다. 또한 **무작위 배정(randomization)**과 **맹검(blinding)** 기법을 통해 실험자의 의도나 피험자의 기대가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데이터 해석 과정에서도 중립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실험이 성공했다고 판단하기 전, 통계적 유의성, 표본의 적정성, 외적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과학자는 '자신이 원하는 결론'이 아닌 '자연이 보여준 현상'을 수용해야 하며, 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실험 실패는 과학의 일부입니다. 실패한 실험에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많습니다. 오류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며, 다음 실험의 기초로 삼는 것. 이것이 진정한 과학자의 자세입니다. 실험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과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많은 지식을 축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를 정직하게 바꾸는 일입니다. 과학자 지망생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질문하는 법, 의심하는 법, 실험을 정직하게 수행하는 법을 연습해야 합니다. 가설을 세우되 반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를 수집하되 편향을 경계하며, 실험을 설계하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과학은 완벽한 지식의 세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진실을 향해 겸손하게 다가가는 여정’입니다. 오늘의 작은 질문 하나가, 내일의 큰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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